영국 

영국은 청동기 시대에 이미 치즈 제조용 도구가 사용되었을 정도로 치즈가 발전했던 나라이며, 로마시대에는 하드치즈(Hard Cheese)가 번창하여 하드치즈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로마에서 인기가 많았던 체샤(Cheshire) 치즈에 대한 제조법을 로마 사절단에게 전수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즈 장인들이 교수형에 처해지면서 한동안 하드치즈가 쇠퇴하고 프랑스와 같은 소프트 치즈가 유행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암흑시대의 웨일즈(Wales)나 아일랜드(Ireland)에서 하드치즈 제조가 암암리에 꾸준히 행해져 왔고 기독교의 전파와 수도원의 부흥으로 치즈 제조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되었다.

날씨가 추운 관계로 대부분의 치즈 제조는 여름에 행해졌으며 16세기까지 소 젖이나 양과 염소 젖을 구분없이 우유라고 부르며 혼합하여 썼고, 심지어는 그 유명한 영국의 대표 치즈인 체다(Cheddar) 치즈도 양과 소 젖을 혼합하여 만들었다. 

중세기에 와서는 치즈를 생산 지역이 아닌 질감(Texture)으로 구분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교류가 많아지면서 각 지역에서 생산된 독특한 치즈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탈지유(Skimmed Milk)로 만든 하드 치즈는 보관 기일이 길어질수록 단단하게 굳어져서 흰고기(White Meat)라고 불리며 하인들이나 천민들의 주 양식이 되었고 전지유(Whole Milk)나 저지방유(Low Fat Milk)로 만든 세미 하드치즈는 숙성기간이 짧아서 먹기에 훨씬 수월했다. 부드러운 생 치즈는 부의 상징으로 귀족들만이 먹을 수 있었다.

17세기에 와서 소 젖의 향상으로 하드치즈의 나쁜 평판은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서머셋(Somerset), 글로스터샤르(Gloucestershire), 랑카샤르(Lancashire) 같이 양질의 치즈를 생산하는 지역들이 무역을 통하여 명성을 얻어 갔다. 이 무렵 치즈 상인협회가 생기면서 서민층에게도 싼 가격에 양질의 치즈가 보급되었고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체다(Cheddar) 치즈의 명성이 알려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18세기에 유명한 문호인 다니엘 디포(Daniel Defoe)는 여행 중에 먹어 본 파란색 베인이 들어간 블루 치즈인 스틸턴(Stilton) 치즈를 칭송하였으며 이로 인해 스틸턴은 훗날 치즈의 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스틸턴(Stilton)은 영국 치즈로는 유일하게 저작권(Copyright) 보호를 받으며 아직도 고가에 팔리는 독특한 치즈이다. 

스코틀랜드는 치즈보다는 던롭(Dunlop)과 같은 버터로 더 유명하지만 카복(Caboc) 치즈같은 생 치즈가 조금 생산되며 체다 치즈 스타일의 하드치즈도 생산이 된다. 아일랜드는 생 치즈와 숙성치즈를 혼합하여 생산하는데 소량이긴 하지만 아주 좋은 질의 팜하우스(Farmhouse) 치즈가 만들어 진다. 

영국의 치즈는 많은 위기를 겪어 지금까지 생산되던 수많은 전통 치즈 중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치즈는 거의 없다. 대표적으로 1860년에 퍼진 가축유행병으로 수천 마리의 젖소가 도살되었고 미국 치즈들이 대량 수입으로 인해 치즈 제조에도 산업화 바람이 불어 많은 소규모 치즈 농장들이 문을 닫게 된 경우이다. 또한 우유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목축업자들은 치즈를 만들기 보다는 우유로 판매하는 것으로 관심을 돌려 치즈산업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인력부족과 원유부족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치즈 제조기술이 쇠퇴했고 전쟁 전 1만 5천 개였던 치즈 농장이 전쟁 후에는 겨우 126개만이 남게 되어 특색 있는 치즈의 전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다행히 20세기 후반에 와서 잘 만들어진 소규모의 팜하우스(Farmhouse) 치즈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매년 ‘브리티시 치즈 어워드’를 개최하는 등 치즈 산업 부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